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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보관함 /한심한 무리들

구치소에서 경호무술을 가르치다.

 

 

 

 

 

구치소에서 경호무술을 가르치다.

구치소에서 경호무술을 가르치다.

조직폭력배는 감옥 안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다. 우선 수형자 명찰부터 다르다. 일반 수형자들은 흰 광목천에 검은색으로 숫자를 쓴 수형자 번호를 부착하지만, 조폭은 요시찰인노란 명찰이다. 범죄단체 조직 죄로 구속되면 노란명찰을 달아야 한다. 노란명찰을 단 수형자는 수형자 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이며 일명 노란명찰로 불린다.

인천구치소가 12층의 건물이고 면회실이 1층에 있다 보니 면회를 하기 위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면회실에서 대기하다보면 노란명찰끼리 마주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90도로 고개 숙여 문안인사를 한다. 또한 조폭이 무슨 말을 하면 동생들은 두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은 상태에서 고개를 숙이고 경청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반수형자들은 그들을 꼴불견으로 생각하며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면서 위안을 삼는다.

내가 구치소에 수감된 지 한 달이 채 못 되었을 때쯤 면회대기실로 줄을 맞추어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한 무리의 조폭들이 웅성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중 특히 한명의 목소리가 유난히 컸으며 그들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어딘지 무척 낯익은 목소리였고 나는 뒤돌아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눈을 마주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바로 내 제자이자 동생인 여동훈이었다.

여동훈은 내가 인천에 왔을 때부터 나에게 경호무술을 배웠으며 어느 정도 인천에 이름이 알려진 건달이었다. 그는 경호원으로 활동하다 나중에 경호회사를 설립하겠다는 포부로 나에게 10년 동안 경호무술을 배우면서 경호무술4단 단증과 사범자격증까지 취득 했었다.

또한 내가 전남과학대학 경호보안과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를 이끌어,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시키고 체육실기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도록 도와주어 나를 평생에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어 스승의 날에는 여러 선물을 보내주곤 했다.

나는 그런 그와 스승과 제자 그리고 형제로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런 동훈이와 구치소 면회대기실에서 만났으니 나도 놀랬지만 그도 많이 놀랐다.

총재님 이런대 어쩐 일이십니까? 처음 마주치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나는 좀 쑥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창피하다........그건 그렇고 너는 무순일이냐? 명찰을 보니 너 아직도 손을 씻지 못했냐!”

그렇게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얘기인즉, 동훈이는 낮에는 경호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저녁에는 업소를 관리하다 일이 잘못 엮이어 범죄단체조직 죄로 1심에서 징역2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동훈이가 자신의 조직, , 동생들에게 내가 자신의 큰 형님이자 스승이라고 소개를 하여 그때부터 엘리베이터나 면회대기실에서 노란명찰들이 나를 보면 90도록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 것이 부담스러워 동훈이에게 그러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동훈이는 누가 실수라도 했냐싶어 오히려 그들에게 주위를 주게 되어 더 깍듯하게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그렇게 노라명찰이 아닌데도 교도관이나 수형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한 동훈이는 내가 집필한<보디가드의 세계>책에 자신의 사진이 나와 있어 자신의 방사람 들에게 자랑하려고 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책에는 초창기 여동훈의 교육받던 사진이 있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아는 지인에게 차입도서로 구치소에 넣어 달라고 한 것이었다.

동훈이는 <보디가드의 세계>책을 조폭들끼리 돌려보다가 그 책을 내가 있는 방으로 보내주게 되었다. 방사람 중 한명이 우연히 우리 방으로 보내준 <보디가드의 세계>책과 내 이름 그리고 내 사진을 보면서 그 책을 우리 방사람 전부에게 보여주게 되었다.

그러면서 책을 쓴 작가이자 그리고 경호무술창시자와 같은 감방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도관들에게 선전하고 옆방수형자들에게도 자랑했다.

나는 그렇게 인천구치소에서 유명인사가 아닌, 유명인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를 알게 된 같은 감방 사람들이 나에게 운동방법이나 경호무술에 대하여 물어보면서 하루에 30분 운동시간에 내가 운동하는 것을 따라하는 사람도 생기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경호무술에 큰 관심을 가고 배우려고 까지 했지만 나는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운동시간에는 조용히 체력훈련만 했다.

말은 적게 할수록 사람의 무게는 더 나가는 법이다.‘

여러 가지 소문과 말이 없이 운동만 하는 나를 보며 감방에 사람들은 처음엔 내가 조폭두목인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다 점점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내가 운동하는 것과 책을 쓰는 것에 많은 배려를 해주었고 읽고 싶은 책들을 구해주기도 했다. 또한 운동시간에는 사람들에게 경호무술을 가르칠 수 있었고 일부 교도관들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따라 하기도 했다. 이 때 나에게 경호무술을 배웠던 수형자 중에는 실력을 갖추어 경호무술 단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7년 동안 도복하나 달랑 메고 전국에 경호무술을 보급하러 다닐 때, 승학산에서 1년 동안 텐트를 치고 경호무술을 가르칠 때, 나는 그때보다도 구치소에서 경호무술을 가르치는 내 자신이 더 자랑스러웠고 행복했다.

바람은 정지해 있으면 이미 바람이 아니다.’


보디가드의 세계

저자
이재영 지음
출판사
신아출판사 | 2004-08-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저자가 그동안 사설경호원으로 활동하면서 경호무술을 보급하면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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