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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소식(가나다라 순)/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성명] 한국 대법원 판결, 중국에서 먼저 열매 맺다!

 

 

[성명] 한국 대법원 판결, 중국에서 먼저 열매 맺다!

[성명]

한국 대법원 판결, 중국에서 먼저 열매 맺다!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강제노동 피해를 입은 미군 포로 피해자들을 찾아가 공식 사과한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보상금을 제공하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고 한다.

 

피해자 개인들에 대한 보상금도 보상금이지만 특히 미쓰비시는 2억엔을 조사비용으로 출자해 행방불명된 징용자와 유족들을 찾는 한편, 별도로 1억엔을 출자해 사죄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라고 한 것을 보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죄 성격으로 비춰진다.

우리는 이러한 미쓰비시의 자발적 책임 이행이 2007427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시취지를 이행하는 것이자, 우리 대법원의 2012.5.24. 판결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미쓰비시 머티리얼 측이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포로에게도 미군 피해자들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사과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런 사과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문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사실상 사과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미쓰비시의 주장은 일본 최고재판소 및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곡해 한 것으로 이번 사과 배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우선 일본정부와 일본 기업들은 2007.4.27. 자국(일본)의 최고재판소 판결문부터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최고재판소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기업 니시마츠 건설에 동원된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개인청구권을 부정한 사실 자체가 없다. 다만 판결 취지는 재판을 통한 강제적 방법으로는 그 권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책임 있는 당사자(일본정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2012.5.24. 한국 대법원은 한일회담 당시에도 일본정부는 한반도 지배가 합법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었던 상태였는데, 무슨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문제가 얘기될 수 있었겠느냐. 3억불 경제협력자금 제공과 피해자들의 권리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따라서 한일협정으로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 문제는 전혀 해결된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제 전쟁범죄와 관련해 중국과 한국인 피해자들이 어느 것 하나 국적에 따라 달리 취급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같은 전쟁 시기에 같은 현장으로 끌려가 같은 중노동을 강요받았는데, 국적에 따라 그 목숨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얘기인가! 이는 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과 멸시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한마디로 한국인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미쓰비시 머트리얼이 법적인 문제가 다르다고 하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문제가 다르다면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정부는 1972년 중일공동선언을 통해 일본정부에 대한 손해배상권에 대해 아예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피해자들의 실체적 청구권을 인정했고, 이번에 미쓰비시는 사죄배상에 합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더 거론할 것이 못 된다. 소송이 유독 한국에서만 제기되고 있는가? 현재 중국인 피해자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사죄와 배상에 합의된 것인데, 과연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구실 삼아 중국과 한국은 법적인 문제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판시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졸렬하고 비열한 짓이다. 한일청구권협정이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 전후처리 협정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원폭피해자들과 한센병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일부 배상을 받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미쓰비시는 더 이상 궤변을 주장하지 말고, 즉각 양국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다 끝났다는 허황된 주장만 반복할 게 아니라, 한일협정 관련 문서를 즉각 완전 공개하여 1965년 당시 일제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진실을 일본 국민들이 알게 해야 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미쓰비시 머트리얼이 중국인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 배상 조치가 어디로부터 첫 물고를 텄는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2012.5.24일 한국 대법원 판단이 없었다면 이 같은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판단에 용기를 내 중국에서도 일본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이 시작되게 되었고, 결국 미쓰비시는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손을 들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대법원의 판단이 중국에서 열매를 맺고 동아시아에 새로운 희망을 연 것이다. 이 만큼 대법원의 판단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역사적 의미가 있는 대법원 판단을 정작 우리정부만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정부는 근로정신대 할머니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승소 판결에 아직까지 입을 닫고 있다. 기껏 한다는 얘기가 정부가 당사자가 아닌 일본 민간기업과 피해자 개인 간의 사인 간 소송이다”, “재판 중인 사안에 정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자, 우리정부마저 우리 피해자들을 무시하고 있는 마당에, 어느 누가 나서서 사죄하고 머리를 숙이겠는가!

 

마지막으로 촉구한다. 우리 외교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자들의 권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 동원하길 바란다.

 

2015723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