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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정원~ 너의 능력을 보여줘!

 

 

 

[오피니언] 국정원~ 너의 능력을 보여줘!
지난 대선은 범야권이 최선을 다한 선거였다.

나름의 지지를 얻던 안철수가 사퇴했고, 진보정당의 이정희도 막판에 사퇴함으로써 야권 후보는 문재인으로 단일화됐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탄식이 나올 정도로 삽질에 삽질을 거듭했으니 (진짜 삽질도 하긴 했지만) 다른 나라 같으면 당연히 정권이 교체됐을 터였다.

여권으로서는 무척 어려웠던 이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비결은 침묵을 금으로 여기는 현 대통령의 훌륭한 인품과 노령연금으로 대표되는 탁월한 공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열심히 댓글을 단 것도 한 이유였을 것이다.

겸손한 대통령께서는 “난 도움 받은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인터넷 기사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수만개의 댓글이 선사했던 잔잔한 감동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아니었다면 종북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역할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국정원이 요즘 무척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우리나라에 입국해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를 국정원이 간첩으로 만들려고 한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국정원이 그를 긴급 체포한 2013년 1월은 국정원이 단 댓글들이 노출되면서 사방에서 욕을 먹고 있었던 때였으니까. 그 비난의 상당부분은 “그 우수한 인재들을 데려다가 겨우 댓글이나 달게 하느냐”는 것이었는데, 그 댓글이 대선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겨우 댓글이나”같은 말은 안할 테지만,

우리 사회는 이상하게 댓글이 백수. 초딩. 기생충학자 같은 사람들만 다는 것으로 폄하된다. 그래서 국정원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유우성씨를 체포했는데, 그가 간첩이라는 유일한 증거는 여동생의 증언이었다.



하지만 “여동생 믿지?”라는 말이 유행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여동생은 믿을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가 “국정원이 협박과 가혹행위를 해서 허위자백을 했다”라며 증언을 뒤집었고, 결국 유우성씨는 1심에서 간첩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받는다.

당황한 국정원은 자신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데, 유씨가 북한에 입국했다며 중국 공안국이 발급하는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것. 나중에 들통나긴 했지만, 이게 얼마나 진짜 같은지 법원이 중국 공안국에 “진짜 너희가 발급한 게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물론 공안국이 단호하게 위조된 문서라고 하는 바람에 탄로가 나긴 했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증거가 없으면 위조라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능력만큼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안타까운 건 이번 일로 인해 그들의 능력이 사장되면 어쩌나 하는 점이다. 사실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모는 건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긴 힘든 일, 그러니 국정원이 정말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고 싶다면 그들의 탁월한 능력을 좀 더 좋은 일에 쓰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보면,



1) 빅토르 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빅토르 안은 다들 알다시피 원래 한국선수였는데 자신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로는 더 이상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돼 러시아로 귀화했다”고 한다.

그를 다시 우리나라 선수로 귀화시키는 것도 국정원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4년 후 33세가 되는 그가 또다시 좋은 성적을 올릴지는 미지수.

그보다 더 좋은 수가 있다. 서류를 위조해 그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는 거다.

그 일만 잘 된다면 안현수가 딴 금메달 중 남자계주를 제외한 2개와 동메달 하나는 우리 것이 되고, 우리나라 (금5, 은3, 동3)는 벨라루스 (이 나라는 희한하게 은메달이 없다. 금5, 동1)를 제치고 종합 8위에 오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경사인가?

SBS 캡처



2) 김연아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기다시피 한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충격이었다(아내는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그 이튿날부터 독감으로 고생 중이다).

연아의 금메달을 다시 찾아줄 이는 오직 국정원 뿐, 당시 채점을 한 심판들을 데려다 자신의 특기인 협박과 가혹행위를 가함으로써 “소트니코바에게 돈을 받고 점수를 잘 줬다”는 동영상을 찍는 거다.

안그래도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은 논란이 많은만큼 국정원이 이런 일을 한다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금메달 1개를 추가하게 됨으로써 종합순위가 13위에서 11위로 두 단계 올라가고, 떠나는 피겨여왕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이밖에도 <설국열차>의 송강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다든지, 리오넬 메시를 귀화시켜 2014년 월드컵에 우리나라 대표로 나가게 하는 등등, 잘만 찾아보면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나게 많다.

지금 간첩 걱정없이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것도 물론 국정원 덕분이지만, 무대를 세계로 넓혀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해 주면 더 좋겠다.

 

(출처 - 경향신문 오피니언 기사 -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