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시 보관함 /한심한 무리들

도복하나 둘러메고(경호원들의 영원한 사부) 본문중

 

 

 

 

도복하나 둘러메고(경호원들의 영원한 사부) 본문중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친구(親舊)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이란 뜻이다.

나는 오늘 가장 친했던 오래된 친구를 떠나보냈다. 내 친구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나와함께 했다. 내가 연맹과 도장 문을 닫고 전국에 도복하나 달랑 메고 다닐 수 있었던 것도 이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친구를 필요로 하거나 부를 때는 항상 달려왔다.

기쁠 때는 그 기쁨을 더 크게 만들어 줬고 슬플 때는 나를 위로해 줬다.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그 냥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다만 이 친구는 항상 파란 옷을 입고 있었으며 항상 나에게 돈 천원을 요구했다. 내가 천원이 있는 한 나를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었다. 이정도면 아마도 이 친구가 누구란 것을 여러분도 아실 것이다.

그렇다. 나의 가장 친했던 오래된 친구는 바로 '술' 이었다. 나는 술 때문에 얻은 사람도 많았고 또한 술 때문에 잃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친구가, 술이 소리 없이 나를 죽여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술이 나의 신체와 정신을 죽여가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오늘 나의 가장 오래된 친한 친구인 술을 떠나보낸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술을 만들 때 양의 피, 사자의 피, 원숭이의 피, 그리고 돼지의 피를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양처럼 순해지다 사자처럼 용맹해지고 점점 더 술을 먹을수록 원숭이처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다가 나중에는 돼지처럼 추해 진다고 한다.

나는 돼지처럼 추해 진적은 없지만 정말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내가 원룸에 혼자 살 때이다. 항상 거의 매일 술을 마시던 나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생수를 사가지고 갔었다. 술을 마시면 당연히 물이 더 마시고 싶었기 때문에 생수는 필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술에 너무 취해 생수 사는 것을 깜빡했고 집에서 잠을 자다 심하게 갈증을 느꼈다. 정말 너무 목이 말라 입술까지 부르틀 정도였다. 그러다 나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은 바로 내가 컵으로 변기 물을 퍼 마시는 꿈이었다. 꿈이었지만 정말 시원했고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나는 혼자 웃었다. 아무리 갈증이 나더라도 내가 그런 꿈을 꾼 것이 너무 웃겨 혼자 웃었다. 그리고 나는 출근 준비로 샤워를 하고 소변을 보려고 변기 뚜껑을 열었다. 순간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바로 변기통 안에 컵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원효대사의 해골 물' 을

술은 나의 정신까지도 이상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원효대사는 해골 물을 마시고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다는 깨달음을 얻어 중국이나 인도로 수도여행을 하기로 한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 많은 업적을 남겼다지만 변기 물을 마신 나는...술이 나의 신체와 영혼을 갈아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오늘 가장 친했던 친구를 떠나보내려 한다. 원효대사처럼 해골 물을 통한 그런 큰 깨달음을 못 가질지 몰라도 나는 변기 물을 통하여 내 친구와의 이별에 성공한다면 그것도 나에게는 원효대사의 해골 물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자체도 이 친구와의 이별을 많은 사람에게 공표하여 그 이별에 성공하기 위하여 이다. 그러면서 나는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칼에 마구잡이로 찔리면서 했던 대사로 이 친구와의 이별을 고하려고 한다.

"그만해라(그만가라) 많이 묵었다(먹었다) 아니가."

본 게시판의 글은 "도복하나 둘러메고(경호원들의 영원한 사부師父)라는 책으로 출판 준비중이며 저작권은 경호무술창시자 이재영총재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허락없이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도복 하나 둘러메고

저자
이재영 지음
출판사
북랩 | 2014-09-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길이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으로써 길이 생긴다! 자신...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