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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포럼

도대체 소비자에게 상품은 어떻게 추천하지?

유통경제포럼 - 시삽메일
도대체 소비자에게 상품은 어떻게 추천하지?
2013.10.12, 최인식

도대체 소비자에게 상품은 어떻게 추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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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유명한 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평소 액션영화를 즐겨본다는 관객에게 추천하는 건 올바른 추천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결국 언젠가는 7인의 사무라이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가정은 세워볼 수 있다. 그들이 점점 수준이 높아져서 전문적인 감식안을 갖게 됐을 때 말이다. 똑같은 일이 맥주와 와인, 식도락 또는 우리의 취향이 요구되는 거의 모든 제품 추천에서 일어난다. ‘최고의 제품’이 반드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란 것이다.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 전공의 두 포스닥 학생들이 쓴 논문이 최근에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기사화되면서 소소한 관심을 끌었다. 물론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는 논문 내용보다는 ‘맥주 전문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맥주 20선’ 식으로 접근했지만, 연구 내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취향을 요구하는 상품을 즐길 때 이들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하는 게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는 최근 추천 알고리듬의 특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추천 알고리듬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사람들은 발전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특정 수준에 이른 소비자들에게 뭔가를 추천하는 건 통할지 몰라도 시간에 따른 발전이라는 변수를 무시하고 제품을 추천하는 건 딱히 효과적이지 못하다. 심지어 같은 사람조차 1년 전과 올해 같은 제품을 추천한다면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을 보면서 추천과 평가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나름대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왓챠 같은 서비스를 보자. 내 계정으로 접속하면 제일 위에 뜨는 영화가 ‘퀸 락 몬트리올’이다. 아마 보고 나면 괜찮다 싶을 것 같기는 한데, 이걸 보고 당장 VOD 리스트를 뒤질 것 같지는 않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이 영화는 퀸의 공연실황이다. 그것도 굉장히 정성들여 실황 비디오를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한 그냥 공연 영상. 음악영화 치고는 아주 하드코어에 속한다. 나는 아직 이 정도로 음악영화의 전문가가 아니다. 단계가 다른 것이다. 다만 나는 몇몇의 다른 영화 분류에서는 하드코어 취향이고, 그런 부류에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 영화도 좋아했다. 오늘날의 대부분 추천 알고리듬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피어그룹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퀸 락 몬트리얼이 내게 추천된 셈이다.

 

즉, 사람들은 특정 제품의 소비를 할 때 늘 수준이 변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내일의 나는 계속해서 다른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기 때문에 감식안의 수준도 영향을 받게 된다. 테이블 와인과 샤또 마고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조차도 조금씩 조금씩 다양한 와인을 마셔가면 어느 순간 그랑크뤼와 테이블 와인을 뚜렷하게 구분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래서 이 논문이 하려고 시도한 게 바로 모델링이다. 크게 세 가지 가정을 세웠다.

첫째, 제품의 나이(생산연도나 지속된 기간 등)가 영향을 줄 것이다.

둘째, 소비자의 물리적 나이도 당연히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소비자가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지도 중요하다.

 

그러니까 1960년대 록 음악을 20대가 즐기고 있는데 전문 음악 동호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한다, 이런 식의 분석이 모델링을 가능하게 하는 팩터가 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걸 복잡하게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논문은 맥주를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 유명한 맥주 리뷰사이트 Ratebeer의 리뷰가 분석 텍스트로 쓰였고, IPA처럼 홉의 성향이 강조되는 맥주일수록 전문가들이 좋아한다는 가정을 뒀다.(실제로도 통계적 상관관계가 있긴 하다..고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버드 라이트’ 같은 쉽게 구할 수 있고 널리 팔리는 맥주에 (일반 소비자들도 평점이 낮지만) 아주 혹독하게 낮은 점수를 준다. 반면 ‘파이어스톤’ 같은 맥주에는 (일반 소비자들도 좋게 평가하지만) 엄청나게 우호적인 평가를 한다. 최저점부터 최고점까지의 평가가 극단적일수록 전문가라는 상관관계도 생기는 셈이다. 맥주의 성질과 전문가를 구분하는 방법이 나왔으니 이제 ‘학습된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초심자일때보다 전문가로 변했을 때 훨씬 좋아지는 맥주를 구하고 공통 특성을 발견하면 어떤 취향이 시간의 발전에 따라 학습되는지를 역추론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다른 리뷰 사이트의 데이터를 추가하고, 각 커뮤니티의 성격 등을 분석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모델링이 완성된다.

 

이런 연구가 추천 시스템을 유지하는 모든 기업이나 서비스에게 주는 시사점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소비자는 발전한다. 그들이 ‘오늘’ 좋아하는 걸 추천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사실 추천받을 필요도 없다. 이미 아니까.) ‘다음 단계’의 제품을 추천할 때 만족감이 극대화된다. 아직 이 논문은 이 수준까지는 못 이르렀고, 이게 앞으로 더 발전될 분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문가를 찾아내는 방식에 활용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소비자 가운데 전문적 감식안을 가진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런 전문가 집단 자체가 일등 고객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가치 또한 무궁무진하다.

셋째, 커뮤니티 분석과 연관짓는다면 타깃 마케팅의 방식을 진화시킬 수 있다. Ratebeer와 Beeradvocate의 차이는 우리한테 와닿지 않으니까, 왓챠와 CGV영화추천, 네이버영화 등을 떠올려보자. 각 커뮤니티의 수준이 어떨까. 영화를 광고한다면 개봉작 수준에 따라 고객군을 나눠서 광고하고 싶지 않을까?

http://interpiler.com/2013/10/09/recommendation-system/

빅데이터포럼

http://www.seri.org/forum/bigdata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