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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소식(가나다라 순)/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문] “부족한 것은 재정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의지입니다.”

 

 

 

[기자회견문] “부족한 것은 재정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의지입니다.”

∥기자회견문

“부족한 것은 재정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의지입니다.”

 

 

오늘 우리는 형언하기 어려운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일제에 고통 받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지원하자는 조례 하나 때문에 우리 땅, 우리 안에서 이렇게 입장이 엇갈려야 할 문제인가 묻고 또 묻고 싶습니다.

 

 

아는 바와 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경우 피해 할머니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법률에 매달 일정한 생활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강제 노역 피해를 당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경우 별다른 지원책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근로정신대로 불리는 이들 피해자들은 ▲당시 미성년 소녀로서 동원된 중대한 아동노동 피해자였고 ▲해방 후에도 일본군위안부로 오인 받아 가정파탄을 겪거나,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등 남다른 고통을 겪어 왔습니다. 이분들의 각별한 사정을 고려해,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이분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2년부터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이어, 경기도 역시 2012년 10월 ▲월 30만원 생활보조비 ▲본인부담금 중 월 30만원 이내의 의료지원금 ▲사망시 장제비 100만원 등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여성 근로자 지원 조례」를 제정․공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는 진즉 시행했어야 할 조례를 아직까지 이행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일제 피해 할머니 5명이 조례에 근거해 경기도에 생활보조비를 신청한 데 대해 2013년 12월 23일 “재정적 어려움으로 소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지급을 거부한다고 정식 통보해 왔습니다.

경기도는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조례 시행에 필요한 시행규칙도 마련해 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2013년에 이어 2014년 예산조차 아예 확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에 엄중히 경고합니다.

피해 할머니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힘없는 할머니들을 더 이상 우롱하거나 상처를 줘서는 안 될 일입니다.

첫째, 조례를 공포한 사람이 과연 김문수 지사 아니면, 누구입니까? 문제가 있다면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의회에 재의를 요청할 것이지, 도민들에게 약속까지 해 놓고 왜 이제 와서 핑계를 대는 것입니까?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한낱 경기도의 시험 대상입니까?

둘째, '재정이 어려워 소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정말 재정이 어려워 소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입니까, 아니면 의회가 예산을 반영하도록 수차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행부가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이 이번 파행의 본질입니까?

셋째, 경기도는 이제 와서 ‘애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을 흘리고 있습니다. 다시 묻습니다. 처음부터 그러시지 그러셨습니까?

언제까지 일본정부나 정부 책임만 원론적으로 거론하며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처지를 감안해,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자치단체차원에서라도 피해자들을 위로하자는 것이 이 조례의 취지입니다.

국가의 책임을 엉뚱하게 경기도만 덤터기쓰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경기도에 막대한 보상을 달라는 것입니까? 단지 월 30만원 정도의 생활보조금을 지원해 위로하자는 것인데, 이제 와서 ‘국가사무’를 언급하다니요! 차라리 ‘나는 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것이 더 솔직한 것 아닙니까?

 

 

넷째, 경기도가 국내 동원자 및 남성 노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얘기하는 것도 이 사안의 본질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강조하지만 국내 동원 피해자나, 국외 동원 피해자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라는 본질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아울러 남성 노무자를 들어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 역시,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해방 이후에도 이 분들이 겪어야 했던 남다른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인식이 부족한 탓입니다.

법률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해서, 어느 국민이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까? 마찬가지로 현재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언제 한번이라도 이의제기가 있었습니까? 만약 경기도의 우려처럼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 전라남도, 서울특별시는 왜 잇따라 조례를 제정해 올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입니까?

다섯째,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경기도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얘기는 차마 할 소리가 아닙니다. 이미 한계연령 86세에 이른 할머니들입니다. 대상이 ‘수 천명’, ‘수 백명’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보상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시적 조치에 불과한 조례를 두고 재정 부담을 언급해서야 될 말입니까! 그 돈이 그렇게 아깝습니까?

경기도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그동안 경기도가 보여준 행태에 근거해 부득이 경기도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행정소송도 불사하겠습니다. 앞으로 경기도민은 물론 국민들과 함께 경기도의 조치를 지켜볼 것입니다.

아울러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강조합니다.

일본 탓할게 없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역사를 직시하고 있습니까? 우리도 피해자들을 괄시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일본에 당당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할머니들에게는 이 문제로 다툴 만큼 그렇게 한가한 시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경기도의 역사의지입니다. 조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합니다.

 

2014년 1월 22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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