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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제포럼

노숙인에게 일자리 주려 사업 시작한 대학생, ‘두손컴퍼니’박찬재(27) 대표

유통경제포럼 - 시삽메일
노숙인에게 일자리 주려 사업 시작한 대학생, ‘두손컴퍼니’박찬재(27) 대표
2013.09.12, 최인식

노숙인에게 일자리 주려 사업 시작한 대학생, ‘두손컴퍼니’박찬재(27) 대표

 

 

종이 옷걸이로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는 대학생 사업가가 있다. ‘두손컴퍼니’를 만든 박찬재(27) 대표가 그 주인공. 성균관대 학생(독문과 4학년 휴학 중)인 그는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보기 위해 만들어진 대학생 연합 동아리 ‘인액터스 코리아(enactus korea)’에서 활동하며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두손컴퍼니’ 박찬재(27) 대표.

인액터스(enactus)는 ‘en(entrepreneurial, 기업가 정신)’ ‘action(실천)’ ‘us(공동체)’가 합쳐진 말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해 삶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학생·교육자·기업인들의 공동체라는 뜻이다. 주요 구성원은 대학생들로 인액터스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한다. 교수나 기업인은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학교 안팎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

전 세계 39개국이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31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매년 7월에는 인액터스 코리아의 전 구성원이 함께하는 축제가 열린다. 각 학교 인액터스 팀들이 1년 동안 만들어온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우열을 가리는 자리. 우승팀은 전 세계 인액터스 챔피언 팀들이 모두 모이는 ‘인액터스 월드컵’에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성균관대 인액터스 팀원으로 활동하며 경기도 마을 정보화 사업 컨설팅을 맡고 있던 박 대표는 2011년 7월, 우연히 코레일에서 발표한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방침 소식을 접했다. ‘여름이라고는 해도 노숙인들이 여기서 밀려나면 어디로 가게 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무작정 서울역으로 향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의외로 자활을 원하는 노숙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이것을 창업으로 연결해 지난해 7월 두손컴퍼니를 만들었다. 두손은 ‘노숙인들이 일하고자 하는 손과 돕고자 하는 손이 만났다’는 뜻. 영어의 ‘Do’로도 읽혀, ‘두 개의 손이 합쳐져 일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올 초에는 법인 등록도 마쳤다. 같은 인액터스 팀원이었던 이영도씨가 창업에 동참해 현재 함께 일하고 있다.

두손컴퍼니의 옷걸이 제품.

노숙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가 구상한 방법은 ‘친환경 종이 옷걸이’와 광고시장을 연결하는 것. 박 대표는 “한 해 10조원이 넘는 국내 광고시장 자금의 일부만이라도 사회문제 해결에 유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생활용품이 비교적 광고를 유치하기 쉬울 것 같아 옷걸이를 아이템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철제 옷걸이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플라스틱과 종이를 소재로 한 친환경 옷걸이를 구상했어요. 제가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외국 자료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철제 옷걸이는 쓰레기로 버려져 그대로 매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철에서 나오는 각종 독극물이 토양을 오염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종이 옷걸이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재생 골판지와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걸이는 수명을 다하면 종이는 종이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분리해서 재활용쓰레기로 내놓으면 되거든요.”

옷걸이는 광고주의 의뢰를 받아 만든다. 종이 부분에 광고 문구를 인쇄한 옷걸이는 세탁소에 무상 공급한다. 세탁소에서는 철제 옷걸이 대신 종이 옷걸이를 사용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고, 세탁소 이용 고객을 통해 광고 효과가 발생하는 구조다.

세탁업중앙회의 도움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2만여 곳의 세탁소에서 종이 옷걸이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에게는 ‘희망세탁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희망세탁소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일일이 세탁소를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했죠. 무료로 드린다고 하는데도 대부분 거절하시더라고요. 오랫동안 써서 익숙해진 물건을 한 번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다행히 세탁업중앙회에서 저희의 취지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셔서 지금은 많이 늘었습니다. 저희가 아직 일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웃음).”

노숙인들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에서 보람 느껴

성균관대 인액터스에서 함께 활동하다 두손컴퍼니에 합류한 이영도씨(맨 오른쪽)와 인액터스코리아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고은씨(가운데).

성균관대 인액터스에서 함께 활동하다 두손컴퍼니에 합류한 이영도씨(맨 오른쪽)와 인액터스코리아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이고은씨(가운데).

사업의 관건은 광고주를 찾는 일이다. 그동안 LG생활건강, 에뛰드하우스, 공연기획사, 성균관대 창업지원센터 등의 광고를 유치했지만 여전히 영업은 그에게 힘겨운 과제다. 초기에는 기업의 광고 담당자를 만나 “좋은 일이니 도와달라”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자립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 같아 요즘은 방법을 바꾸었다. 노숙인들의 자활사업이라는 언급 대신 종이 옷걸이로 얻을 수 있는 광고 효과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기업 광고와 별도로 최근에는 일반 판매용 옷걸이를 출시했어요. 젊은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일이 많아져서 노숙인들에게 고정적인 수입을 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옷걸이의 광고 단가는 500원인데 작업에 참여한 노숙인들에게 개당 100원을 드립니다.

작업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중 작업장이 있는 곳에서 진행하고요. 서울시노숙인시설협회와 의논해 적당히 일을 분배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일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 아직은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 수준이어서 미안할 뿐이죠. 걸음마 단계라 갈 길이 멀지만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는 제조업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플라스틱·종이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단가를 흥정하고, 발주하고, 납품받는 과정을 혼자 해내야 했던 그에게는 어떤 과정도 수월할 리 없었을 터. “무척 힘들었다”며, “지금도 배우는 중”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 일이 잘돼서 자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새로운 삶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제조, 교육 등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도 더 확장해나갈 수 있겠지요. ‘사회문제에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두손컴퍼니의 목표입니다.”

마이피플

사회적기업과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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