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굴삭기에 올라타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굴삭기에 올라타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
국방부, 포크레인 4대 동원 작업
대추리 주민 3명 저지하다 부상

“원하지도 않는데 왜 주민들을 내쫓아…”

서울 용산미군기지의 이전 예정지인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황새울 벌판은 15일 하루 내내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날 오후 5시24분께 대추리 앞 황새울벌판에서 국방부가 이날 논을 파헤치려고 동원한 포크레인이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의 저항을 받고 급히 달아나자 이를 잡으려다 곤두박질친 시민단체 회원 이경아씨는 “주민들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몰아내려하냐“며 절규하다가 논 한 가운데에서 실신했다.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논에서 농민들이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에 맞서 트랙터로 논을 갈며 농사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15일 오후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논에서 농민들이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에 맞서 트랙터로 논을 갈며 농사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국방부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확장에 반대하는 경기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이 이날부터 올해 농사를 짓기 위한 논갈이에 들어가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해 논을 파헤치다 주민들과 충돌했다. 벌판은 하루 종일 주민들의 고함과 절규로 채워졌고 볏집을 태운 뿌연 연기가 황새울과 대추리 벌판을 가득 메웠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에 반발하며, 맨손으로 구덩이를 메우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에 반발하며, 맨손으로 구덩이를 메우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국방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포크레인 4대와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을 동원해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1리 황새울 벌판 등 두 곳의 논에 지름3m, 깊이 1.5m의 구덩이 골을 만드는 등 논을 파헤치는 작업을 벌였다. 국방부가 작업을 벌이는 동안 신변보호요청을 받은 경찰은 이날 작업 현장 주변에 43개 중대 4천여명을 배치해 주민들을 막았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를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를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그러나 대추리 주민 등의 저항도 강력했다.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3백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황새울 어귀와 대추리 벌판 2곳으로 나뉘어 농로를 막아 경찰과 대치하는 한편 포크레인 3대를 점거해 온 몸으로 논을 파헤치는 작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도두1리 황새울 벌판에서는 주민들이 포크레인이 파놓은 논 구덩이로 직접 뛰어드는가 하면 작업 중인 포크레인에 올라타면서 불과 30여분만에 작업은 중단됐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한 주민이 드러누워 이를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한 주민이 드러누워 이를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찰은 주민 등의 저항이 거세자 농로를 막고있던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의 연행에 나서 1차로 15명을 붙잡았으나 연행자를 태운 봉고차를 주민 등이 막고 나서면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 이은범(75·여)씨 등 2명이 실신하고 김을주(63·여)씨가 팔을 다쳐 응급차에 실려갔다.

국방부가 법적으로 토지강제수용절차를 마쳤다지만 이날 주민들의 저항은 ‘내 땅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녹록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이같은 주민들의 저항을 무시한채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다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를 저지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를 저지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실제로 이날 특히 시위에 나선 주민들 중 다수가 60∼70대였고 이들 노인들은 볏짚을 태우는가 하면 심지어 포크레인 앞에 드러눕는 등 거칠게 저항했다. 주민 김아무개(73)씨는 “이 땅을 빼앗으려거든 먼저 구덩이 속에 나를 묻고 해”라며 경찰 앞에서 절규했다.

경찰과의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사람 키 만큼 파헤쳐진 황새울 벌판 논구덩이에 다시 손과 삽을 이용해 흙을 되메우는 작업을 벌였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 농민들이 15일 오후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트랙터로 논을 갈며 농사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서 농민들이 15일 오후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트랙터로 논을 갈며 농사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1차 실패로 끝난 국방부의 2차 논 파헤치기 작업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다시 경찰의 호위속에 본격화됐다. 경찰이 포크레인에 올라있던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등 20여명을 연행하는 대신 이날 오후 6시까지 작업하도록 하면서 국방부는 2차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굉음을 내고 작업에 들어간 포크레인은 불과 30여분만에 다시 멈췄다. 일부 성난 주민들이 짚더미를 태우고 흙을 주어와 포크레인에 뿌리는가 하면 일부는 경찰 저지를 뚫고 논구덩이로 뛰어 들자 포크레인은 하던 작업을 그만두고 급히 달아나듯 철수했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를 저지하다 경찰에 끌려나오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이를 저지하다 경찰에 끌려나오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된 주민·시민단체 회원들과 경찰이 서로 뒤엉기면서 황새울 한복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송경동(40)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이 논바닥으로 쓰러졌고 119 구급차는 연이어 실신자들을 실어날랐으며 5명이 또 연행됐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민들의 영농의지가 대단한 데도 국방부가 무리하게 계속 밀어붙이려 한다”며 “이같은 대치상황이 되풀이될 경우 노인 등이 많은 대추리 현실에 비추어 인명 피해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한 주민이 드러누워 이를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5일 오후 황새울 벌판 논에서 국방부가 굴삭기를 앞세워 농사를 못 짓게 논에 구덩이를 파자, 한 주민이 드러누워 이를 저지하고 있다. 평택/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이날 대추리 주민들은 국방부·경찰과의 대치 속에서 다른 지역 농민들의 도움을 받아 3만여평의 논갈이를 마쳤다. 송태경 팽성주민대책위원회 기획부장은 “17일까지 계속 논갈이를 한 뒤 못자리를 준비해 5월 모내기 등 올해 대추리 농토를 지키기 위한 영농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는 10월 기지 기반공사 착수를 목표로 측량,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시굴조사 작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농로차단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평택/홍용덕, 김도형 기자 ydhong@hani.co.kr